신이시여, 이단자가 묻습니다.
무지는 죄입니까?
네가 날 그리 싫어한다 해도 난 항상 네 눈을 바라봤다. 평소와 다를 것 없잖아, 난 그저 나의 표정을 지었고 넌 그게 두려워 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거지. 난 이게 우리가 만들어낸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참 이상하지, 어린 시절의 네게는 항상 어머니의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네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았겠지, 아마 그래서 널 싫어한게 아닐까 싶다. 넌 몰랐겠지만 그는 과거를 계속해서 곱씹고 있거든, 난 그 감정이 어떤지 모르지만. 그야 당연하지, 그는 나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어. 병상에 누워 곧 꺼져버릴 숨을 내쉬고 있는 그의 남편도 내게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당연한 사실에 왜 그렇게 놀라는지 난 네가 이해되지 않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는게 그리 중요한 일인가, 난 역시 잘 모르겠지만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왜 놀라, 넌 이런걸 원하잖아. 너의 손짓 한 번으로 말 한 마디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상황을 쓰고 있잖아. 난 생각보다 널 잘 알아. 이 집에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거든. 나? 네가 직접 말해봐, 날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난 인형이지, 저것들도 다 인형이야. 네 명령을 받아 움직이고 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네 마음을 채워주려 노력하는 인형들 뿐이야. 글쎄, 정말 그런걸까. 내가 인형일까? 저것들도 인형이 맞는걸까? 네가 정말 사람일까? 난 나를 믿을 수가 없어, 난 세상의 모든 무지를 모아놓은 존재니까. 알 수 있는 건 내가 모른다는 사실 뿐이야. 그래, 모르겠다.
"난 너와 달라, 맞지?"
난 세상의 모든 무생물을 모아놓은 것보다도 무지한 사람이라,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쉽게 대답할 수가 없어서 천천히 내장을 긁어내렸다. 시를 쓰는 기분이었다. 역겨운 감각에 나는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어내고 접시를 깨버릴 듯 포크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그리고 피가 떨어지는 그것을 들어올려 입에 밀어넣었다. 넌 곧 입을 다물었지, 네게 화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는데 그건 내 욕심이겠지. 난 아무에게도 화내지 않았어, 내 자신에게도 말이다. 우리는 재앙이야, 그렇지. 우리는 자신의 것에 무지하다는 환상적인 재앙을 갖고 태어난 남매야. 넌 어머니가 왜 널 미워하는지 알지 못하고, 난 거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사람은 모두 재앙을 가지고 태어날지도 모르지. 그것은 보통 다른 이가 알아차리는 것이 빠른 재앙이다. 어쨌든 넌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난 네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알았을까? 넌 내게 물었지만 난 답하지 못했다. 과연 내가 너와 같을까, 과연 내가 너와 다를까, 그것에 대한 답을 누가 내릴 수 있을까. 널 아는 사람은 그리도 많지만 날 아는 사람은 이리도 적은데. 난 아직까지 널 모르고, 난 아직까지 날 모르고 있는데 정말 답을 내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심장을 깎아 영원한 시를 써내리려 하면 그곳에 드러나는 것은, 그것을 깎아내는데 실패하고 내장 속의 더러운 것들을 종이 위에 계속해서 게워내기만 했던 나의 무지일 뿐이라 나는 더이상 느낄 것도 없는 내 심장에 가시를 박아넣으려 했다. 하지만 내 심장에는 그 작은 가시 하나조차 들어가지 못해서,
신이시여, 당신이 우릴 재앙으로 만들었어. 그래, 만약 우리의 무지가 죄라면 난 기꺼이 당신의 빛 앞에 무릎을 꿇고 서서히 말라가겠어. 하지만 무지를 죄로 알지 못하는 자가 어찌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을까. 난 내 무릎도, 내 작은 재앙의 무릎도 다치지 않게 하겠어. 혼자는 외롭잖아. 그 아이는 날 싫어하지만 어쨌든 그 아이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야. 혼자는 외롭잖아. 혼자는 그렇게도 외롭잖아. 난 혼자야. 그 아이가 곁에 있어도 난 혼자야. 나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거든. 난 계속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그런데 외롭지가 않아서, 그래서 난 혼자야. 난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모르겠다.
calmato, elegiaco, lamentab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