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는, 전 모르겠어요, 그냥... 이게 뭔데요?
제가 왜 무당이라는 거에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요. 이런게 무당이에요? 신병이라고요?
매일 밤마다 그 얼굴이 떠올라요. 저한테 와서, 제 목을 졸라요. 그런데... 일어나보면 제 손이에요. 이게 뭐냐고요, 대체. 신내림이고 신병이고, 저 그냥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말할게요.
이게 진짜 무당들이 겪는다는 신병인지, 아니면 그냥 망할 정신병인지, 뭐 저희 집안 유전병이라도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하루하루가 끔찍해요. 잠에서 깰 때마다 숨이 안 쉬어져요. 목에 손자국이 남아요. 그런데 그게 다 내가 내 몸에 벌인 짓인 거잖아요. 귀신인지 아닌지 전 모르겠다고요!
대체 뭘로 구분되는 거에요? 이건 제가 저지른 자해인가요, 그 보이지도 않는 귀신들이 저지른 폭력인가요?
여보세요. 네, 네.
오늘도 전혀 멀쩡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한참 더 심해졌죠.
네, 알아들으셨네요.
보이기 시작했어요. 흐릿하게. 흐릿한 덩어리들이 제 손을 움직여서 목을 조르더라고요.
왜, 제가 봤다고 하니 좀 만족스러우세요? 드디어 무당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는 것 같아요?...전 아직도 못 믿겠으니까, 알아서 생각하세요.
괜찮아요, 어떻게 되든 신내림은 받을 생각이에요. 아파 죽겠는데 가릴 거 있나요.
도하를 돌려주세요.
...
네. 이제 제대로 들려요.
뭐라고 하는지 말해달라고요? 뭐, 그냥 격려해주시는 것 같네요. 계속 속삭이고 계시고... 할머니 같으신데. 맞나봐요. 근데 말이 되게 많으시네.
...
네, 다시 솔직히 말할게요. 모르겠어요. 사실 아직도 안 믿겨요.
제 머리속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거죠, 이건?
도저히 모르겠어요. 그냥 병에 걸린 것 같아요. 할아버지도 똑같이요. 저희 그냥 병원이라도 한번 가보는 건 어때요? 귀신이니 뭐니, 정말...
...
네, 네. 당연히 농담이죠.
나중에 또 봬요.
저 이제 어떡해요?
정말 혼자 남았어요.
그런데, 너무 무서워요.
사실 이것들이, 그 망할 귀신들이 아니면 어떻게 해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제 망상이고, 방울소리에 촉발되는 환청과 환각이라면, 그런 거면.
네,
이제는 저를 못 믿겠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더는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