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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근

도토리는도토리 2025. 2. 21. 20:04

T.w - 폭력, 약한 자살 묘사

 


 

그것 봐, 망상증은 지루해.

 

최고점에서 숨을 들이킨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찬 폐가 마치 심장처럼 맥동한다. 희망에 올라서지 않으면 떨어질 일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징징거리는 꼴은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나?

 

네 선택이야, 오로지 너만이 할 수 있는 선택. 더 올라가든, 여기 남든. 누구도 해결 못 해줘.

 

그렇대도 감히 하나 조언해보자면 지금 네가 있는 곳은 바닥이 아니라는 것이다. 네가 그곳에서 떨어져도 아픈 건 매한가지다. 그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떨어지며 살아남는 것이 낫지 않던가? 추락은 그만큼 살아남을 시간을 선물한다. 그러므로, 떨어져 부서질 곳 없다면 생존이다.

 

여기선 얼마나 아플지, 저기선 얼마나 아플지 고민하지 말고. 어차피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그리고 그만큼 독선적이므로. 바닥은 저 너머 어딘가에 있겠지만, 없을 수도 있다고.

 

희망 이전에는 절망. 한산한 호흡과 시선 그리고 흩어지는 바람. 옛적부터 하늘을 보던 눈은 무언가의 추락을 기다렸다.

 


 

말과 행동은 부디 똑같이.

 

정신 차리고 싶다, 즉 이런 현실에 안주하기 싫다는 것 아니었던가. 공황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울어대기만 하는 상황이 싫다는 것 아닌가? 말했잖아, 네 바닥이 어디에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금 좀 얻어맞고 정신 차리면 올라가는 거고. 아니면, 너는 그 정도지.

 

사람을 묻는 건 흙더미가 아니라 하늘이라고, 기억이며 목소리라고...

 

"네가 꼴보기 싫어서 때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줘. 그랬다면 네가 그런 추한 꼴로 울고 있을 때 무시했을테니까."

 

"정신 차리고 싶다면서? 눈 감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럼 손은 싫은 모양이니까 다른 걸로."

 

명백한 호의, 이것은 네게 베푸는 선의다. 이해할 수 없다면 역시 그 뿐이다. 그나마 이전은 찬사와 같은 저주였다면 이번만큼은 오직 선한 의도 뿐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야, 네가 원했잖아. 그래놓고 악당 취급하지 말아줄래? 넥타이를 잡은 손을 가벼이 놓는다.

 

찬연한 방울 소리와 함께 무령을 꺼내 들었다. 튼튼하게 고정된 방울 덩어리, 전체 금속제. 이 정도면 정신을 차려주지 않으려나? 피라도 나면, 머리가 한번 - 제대로 울리면?

 

너도 이해할 수 없다면 역시나 구분되어 있을 뿐이다.

 

손을 들어올려 네 머리 옆을 내리쳤다. 한번, 단순히 한번. 머리가 울리고 피가 흐를 정도로. 급소는 피해서. 기본적이다. 머리인 만큼 실수하면 끝이지만. 방울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아, 이거 소리 많이 내면 안 되는데. 더 몰려들겠구나.

 

"자, 정신이 좀 들어?"

 

선의를 베풀며 우는 꼴은 이상할테니, 밝은 미소를 얼굴에 걸고!

 


 

나는 - 나는 그저, 기뻐요! 기쁠 뿐이라고요,

 

웃음을 멈추지 않고 베풀 수 있음에 감사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뒤틀렸대도 베풀 것이 있음에 감사해요!

 

그렇다면 곧 파열음, 부서져 비산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너처럼 허공을 나리는 것들은 전부 부서졌음에 틀림 없어!

 

그날 나는 산산조각난 마음을 보았으니 역시나 허공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다리가 허공에서 흔들흔들 나를 닮은 얼굴이 하나 나와 같은 얼굴이 하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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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리 목적으로 사라지는 삶을 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