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침
직시하는 것, 직시되는 것, 그리고 부서지는...
결국 불가해한 존재구나, 서로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아주 짧게 생각을 되짚는다. 제 자신을 포함한 둘은 이 대화로 기어코 어긋났던가? 역시, 그런 모양이다. 하긴 방금 한 말은 영웅을 흉내내는 녀석한테는 모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은 어긋난 것을 꼭 다시 맞춰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비틀어졌대도 나는 그저 그런대로, 늘 그랬듯이 무엇에도 의미 따위 두지 말고...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들여다보고만 있는 거야, 억지로 틀어서 맞게 해봤자 결과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내가 사는 법, 정말 단순하게.
저기, 웃는 거 재미있어? 난 아닌 것 같아. 내가 아니야...
아까부터 멋대로 떠들다가 머리채 잡힌 꼴이 좀 웃기기도 하다, 근데 사람 머리가 아픈데 바닥에 넘어뜨리는 건 너무하지 않아? 아, 내가 말을 안 했던가. 그러게, 기억이 안 나.
그렇지만 정당한 분노겠지, 그럼 내가 지금껏 한 말도 내 딴에는 정당한 모욕이겠다 생각해줘. 헐뜯는다는 말이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나, 네 마음대로 들어.
결국 내가 네 생각까지 뜯어 고칠 생각은 없는 거야. 애초에 너 같은 애들은 사람이 아무리 옆에서 떠들어봤자 제 세상에 푹 빠져서 받아들이지 않잖아 - 이것도 다 경험담이니까, 그저...
네가 먼저 죽음을 모욕했으니, 그것을 대변해줄 사람은 있어야지 않겠어.
죽음은 그를 목도하는 것이니까,
죽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너희처럼 믿을 이유 하등 없는 것들에 비해서 그 얼마나 정직한가. 그 앞에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진실만이 남는다. 얼마나 아픈 것이든 볼 수 있도록, 결국에는...
"영웅이라면, 그 전에 사람이라면 그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 너 역시도 그래, 애시당초 스스로를 히어로라 지껄이기 전에 사람이 되어주지 않을래?"
결국 이해할 수 없고 이해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고 닿을 필요까지는 없을 신념들이다. 끝까지 눈 맞추지 못할 거다면 허공을 훑는 것에 의미는 없다.
그리고 이게 내 뜻이야, 네가 이해하지 못할 내 것. 오른손을 들어 너를 가리키며 밝게 웃는다. 명백한 삿대질, 흉내쟁이 영웅을 향한 모욕이다. 나는, 이 모욕이 정당하다고 생각해.
"여러번 말하지만, 죽은 것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리 될 가치 또한 없어."
"알아들었어? 너는 고작 그 죽을 가치도 없다는 말이야. 고결한 영웅 따위도 아니고 지금으로서는 그 발치에도 따라가지 못해!"
"깨닫기 전에 죽어버리지 말아줘. 그 깨끗하고 편한 곳에 발 디딜 생각 하지 마. 언젠가 죽고 싶어질 날이 온대도 남을 위해 살아가면... 네가 그리는 영웅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지 누가 알아?"
마치 축복과도 같으나 뜻은 저주였다, 그럼에도 그것은 찬사처럼 들리는 주문에 가깝다. 여전히 손가락질을 하며, 그저 웃었다. 입을 꿰맨다고? 해봐, 영웅답지 않게.
서로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다면 곧 -이것은 그저 불가침영역이다, 전혀 뜻하지 않았지만 못마땅한 것도 아닌 영역의 구분. 아니, 네 뜻은 모른다.
그러나 내게 이것은 기꺼웠다, 충분히.
거리두기라는 거, 맘 편하잖아, 아무래도.